김해까지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 거리도 멀고, 교통 체증까지 겹치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일이 계속 늘어지면서 모두가 지쳐가고 있다. 건축주도, 은행도, 작업자들도 모두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이렇게 계속되다가는 정말 다 죽어버릴 것만 같다. 11월까지 끝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 되지 않으니 속이 타들어 간다.

내부 검정도장을 공장에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비용이 두 배나 더 들었다. 다음에는 페인트 가격을 더 많이 책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검정 도장 비용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가 계산을 잘못한 걸까, 아니면 시장 상황이 이렇게 변한 걸까? 어쨌든 이번 경험을 통해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더 철저히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일을 잘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대구 판넬팀을 초청했지만, 김해에서는 상부 파라페트 시공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제 와서 계획을 수정하려니 머리가 아프다. 매일같이 건축법을 공부해야 하는데, 법에 대해 할 말이 참 많다. 법이 너무 복잡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많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써봐야겠다. 건축주, 시공자, 설계자 모두가 법 때문에 고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내부 물동이 배관이 300파이로 설계되어 있는데, 하늘에 구멍이 날 것 같다. 왜 이렇게 설계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설계 자격이 없으니 건축사의 말을 따라야 하지만, 200파이로 하면 안 되는지 궁금하다. 이 때문에 천만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요즘 물가가 오르면서 천만원으로는 아반떼 한 대도 못 사지만, 그래도 큰돈이다. 이 비용을 어디서 충당해야 할지 고민이다. 예산이 바닥나가는데, 이대로 가다간 프로젝트가 중단될지도 모른다.

천장 스프링쿨러 배관도 검정 도색을 해야 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할 일 리스트를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준공 일정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너무 많다. 빨리 준공을 마치고 이곳을 떠나고 싶다. 하루빨리 이 고된 일을 끝내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도 이 모든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 설계와 시공의 괴리, 법규의 복잡성, 예산 관리의 중요성 등등.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조금은 더 성장한 내가 되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전에, 이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오늘도 김해로 향하는 길에 차창 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다 잘될 거야. 조금만 더 힘내자.”
